인간보다 오래 살 수 있는 엘프의 입장에서 마왕을 물리 친 후의 일대기를 그린 장송의 프리렌. '단지 마법을 어떠한 계기로 좋아한다는 의미가 엄청나게 오래된다면 어떤 상태가 될까'라는 다소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용하고 평화로운 생소한 느낌이라 구미가 당기지 않았던 건 사실이었다. (이름부터 장송이라는 일본어로도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써서 더 눈길이 안 갔다..)
넷플릭스에서 볼 게 없나 무의식적으로 방향키를 누르고 있을 때쯤 무심코 틀어본 1화는 최근 들어 단기간 내에. 그것도 짧은 시간에 영상을 다 본 개인적인 기록을 넘어 '업무에 참고할만한'이라는 타이틀을 붙여가며 마음속으로 되뇌던 애니메이션의 순위가 바뀔 정도로 꽤나 임팩트하게 나가왔다.(내용은 정말 조용하기 그지없는데 말이지)
마왕이라는 일반적인 목적을 제거한뒤에 살아가는 도대체 뒷 내용이 상상이 안 가는 스토리로 무려 28회 차나 내용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나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아!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런 내용도 스토리가 될 수 있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다른 애니메이션과 달리 조연에 꽤나 비중을 많이 둔 작품이기도 하고 조연들의 에피소드도 많이 담겨있어 뻔하진 않은 내용이긴 했다.
그중에서도 살아가면서 참고하면 좋을만한 에피소드 설정이 몇 개 있었는데
- 좋아한다는 걸 1000년 이상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 기본을 반복한다는 것
- 잘한다는 걸 제한하기
- 호기심이나 사소한 것에 관심 갖기
-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손 내밀어주기
- 자신보다 낮은 실력의 사람들과 파티를 맺는다면
- 도와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기
1. 좋아한다는 걸 1000년 이상 한다는 건 무슨 느낌일까?
엘프는 기본적으로 오래 산다는 걸 기본 전제하에 주인공은 자신에게 마법을 가르쳐준 스승보다 오래 살게 되는데 자신이 잘하는 걸 알아본 스승덕에 마법에 입문하게 되고 관심에서 좋아하는걸 지나 슬럼프를 넘자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게 뭔지 알게 된다. 한 분야에서 꾸준하게 오래 한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갖게 하고 남게 하는 걸까? 질문을 다시금 나 자신에게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렸을 적 나에게서 그걸 알아봐 준 은사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여전히 갖고 있다.
2. 기본을 반복하기
주인공인 프리렌은 제자를 들이게 되면서 무서울 정도로 기본만 반복하도록 시키는데 몇 있지 않은 전투에피소드에서도 기본마법만 사용해 적을 물리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모든 회차가 화려한 마법의 기술보다는 심리전에 기반해 마법을 전개하는 내용이 많다.) 디자인도 마찬가지. 결국 나중에는 레이아웃, 폰트, 컬러 3가지의 기본만 남는다. 그리고 그것만 충실히 해도 모든 역경을 넘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3. 잘한다는 걸 제한하기
마족은 마법의 크기를 보고 상대방을 가늠하며 그 상대를 이기는 법은 봐서는 절대 모르게 계속해서 마력을(실력을) 제한해 방심한 틈을 타 일격을 가한다는 설정이었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집단이라는 소속감에서 실력을 광범위하게 높게 펼친다면 되려 화를 입기 십상이다. 개인의 실력이 곧 돈이 되는 해외로 가던지(영어는 필요하지만) 소속감을 느끼며 집단을 추구하던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집단에 있으면 그만큼 조금만 열심히 해도 괜찮다는 생각, 그 외에는 동료가 도와준다는 걸 몰랐던 젊은 시절. 우리는 너무 열심히 일했다.
4. 호기심이나 사소한 것에 관심 갖기
던전에서 보물상자의 함정에는 개의치 않고 열어보고 보물상자 괴물에게 계속 먹히는 모습이 나온다 또한 누가 봐도 사소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 마법을 제일 좋아하는 마법이라 말한다. 언뜻 보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굳게 믿는 신념을 지킬 수 있다는 것에 사소하지만 작은 감동을 받았달까
5. 우물 안에 갇혀있는 사람에게 손 내밀어주기
몇 백 년이 지났는지도 모를 세대의 엘프에게 용사의 파티에 합류할 것을 권하지만 거절하다가 결국 승낙해 마왕을 무찌른 일행. 어쩌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끔 가다 손 내밀어주는 호의로 다가오는 경험이나 순간들이 있는데 이때를 놓쳐 평생 후회하지 말자. 이 때 주인공은 동료들과 함께해서 즐거웠던 여정을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다.
6. 자신보다 낮은 실력의 사람들과 파티를 맺는다면
마법사의 징표를 획득하기 위해 일면식도 모르는 팀원들과 뭉쳐 과제를 헤쳐나가는 에피소드가 있다. 실력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불리할 법도 하지만 이 또한 달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바. 목적을 향해 가고 있는 여정에서 그것이 개인의 일상이나 일터에서 돈을 버는 행위일지언정 우리는 사람과의 유대감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없는 사회적동물인데 기반한다는걸 잊지말자. 삶에서 무조건 타인과 같이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자신에게 안 맞는 부분을 찾기보다 목적을 위해 함께 간다는 의미로 살아간다는데 의의를 둔다.
7. 곤경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기
주인공은 용사일행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수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왜 사람들에게 냉정하고 차갑게 돌아서는지 이유를 묻자 용사는 언젠가 다시 보기 때문이라는 짧은 얘기를 곁에서 해준다.
마무리
요즘에는 워낙 먼치킨 같은 애니메이션이 많고 자극적이고 화려한 그래픽에 눈이 아플 지경이었는데, 오래간만에 조용하게 오후 4시경 한강의 봄이나 가을날씨에 돗자리 펴놓고 보는듯한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애니메이션이었던 장송의 프리렌.
뭔가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여정. 그리고 불가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사회적 교류를 위한 리듬감을 업시켜주면서 순한 맛으로 즐기기에 좋았다. 보면서 자꾸 내 삶이랑 대조시켜 보려 함은 각박하고 바쁘고 정신없는 현대사회에서 쉼이 계속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한 걸까
2분 남짓한 예고편을 보고 구미가 당긴다면 OTT서비스에서 정주행 해볼 것을 추천드린다고 남긴다.
유튜브 넷플릭스 공식예고편 "장송의 프리렌 트레일러" ↗
상사분께서 요즘에 가끔가다 물어보시는 말이 있다. "일하는 게 재밌으세요?" "힘드세요?"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사실 적절한 질문의 답을 찾지 못했다. "네 재밌습니다" 또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일상적이었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의 대답을 스스로 느꼈던 걸까..
업계에서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분야에서만 일하는 건 사실 힘든일이기도 했고, "돈을 버는 일이니까 그냥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마음속 한 켠에 자리잡고 있긴 했는데, 그렇다고 내가 하고 있는 밥벌이를 싫어하는데 하는건 아니었다. 좋아했지만 타오르는 불꽃이 과도기를 넘어 숯처럼 은은하게 태우고 있을 뿐..
하지만 장송의 프리렌을 보면서 그 말에 대한 대답을 일부 찾은 것 같긴 하다. 또 만나게 되는 상사분께서 "일하는 게 재밌으세요?" " 힘들진 않으세요??"라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적당히 좋아합니다.
이미지출처: 넷플릭스 유튜브 장송의 프리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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